21m 수직 벽을 거꾸로 타고 오른 자동차 — 테슬라 로드스터의 덕티드 팬 다운포스, F1이 두 번 금지한 기술은 과장인가 혁신인가
10월 15일 밤, 텍사스 맥그리거의 스페이스X 로켓 시험장. 테슬라가 9년 만에 공개한 2세대 로드스터는 가속 시연 대신 다른 걸 먼저 보여줬습니다. 높이 약 21m의 곡면 벽을 거의 거꾸로 매달린 채 타고 올라갔고, 벽 끝에서 뛰어내려 공중에서 자세를 잡고 착지했습니다. 그다음에 사이버캡, 사이버트럭, 세미, 모델 Y, 모델 3 다섯 대를 공중제비로 넘었습니다. 0-60mph 0.81초라는 숫자는 그 뒤에야 나왔습니다.
영상을 보면 "CG 아니냐"가 첫 반응이고, 두 번째 반응은 "저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냐"입니다. 벽을 거꾸로 타는 부분은 로켓 추진기가 아니라 차체 밑에서 공기를 빨아내는 팬이 담당합니다. 테슬라가 "Electric Fan Car"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낸 기술입니다. 오늘은 이 팬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자동차 역사에서 두 번이나 금지됐으며, 테슬라가 보여준 것과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숫자로 따져 봅니다.
이 기술은 1970년에 이미 있었고, 두 번 금지됐다
자동차를 노면에 붙이는 힘, 다운포스는 보통 날개(윙)로 만듭니다. 비행기 날개를 뒤집어 단 것이라 속도가 빨라야 효과가 납니다. 팬카는 접근이 다릅니다. 차 바닥과 노면 사이의 공기를 팬으로 강제로 빨아내 저압 상태를 만들면, 바깥의 대기압이 차를 아래로 누릅니다. 속도와 상관없이, 정지 상태에서도 다운포스가 생깁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1970년 Can-Am 시리즈의 채퍼럴 2J는 스노모빌 엔진으로 팬 두 개를 돌려 이 효과를 냈고, 너무 빨라서 이듬해 규정으로 금지됐습니다. 1978년 F1의 브라밤 BT46B는 "엔진 냉각용"이라는 명목으로 거대한 팬을 달고 스웨덴 GP에 나가 우승한 뒤, 단 한 경기 만에 퇴출됐습니다. 그리고 2022년, 영국의 소형 전기 레이스카 McMurtry Spéirling이 팬으로 정지 상태에서 약 2,000kg의 다운포스를 만들어 굿우드 힐클라임 기록을 깼습니다. 효과는 56년 내내 확실했습니다. 다만 매번 레이스 규정이 막았고, 공도용 양산차에 들어간 적은 없었습니다. 테슬라가 하려는 건 바로 그 마지막 빈칸입니다.
벽을 거꾸로 타려면 숫자가 어떻게 돼야 하나
테슬라 특허에 따르면 리어 디퓨저에 덕티드 팬 4개를 넣어 바닥 공기를 뒤로 배출합니다. 차가 벽에 거꾸로 매달리려면 조건은 단순합니다. 다운포스가 차체 무게보다 커야 합니다. 2세대 로드스터의 공차 중량은 미공개지만, 300마일 이상을 달리는 배터리와 600L 탄소섬유 공기탱크 두 개(압축공기 약 250kg)를 싣고 있으니 1.8~2t 안팎으로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그렇다면 팬이 최소 2,000kg, 여유를 두면 그 이상의 다운포스를 내야 합니다. McMurtry가 1t도 안 되는 차체로 2,000kg을 만든 걸 보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닙니다. 다만 McMurtry의 팬은 약 23kW를 먹고, 차체가 두 배 무거우면 필요한 힘과 전력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여기서 테슬라가 아직 말하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다운포스 수치, 팬 소비 전력, 팬을 최대로 돌릴 수 있는 지속 시간, 그리고 시연 영상에서 벽 주행이 "거의 거꾸로"였지 완전한 360° 루프는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벽 끝에서 뛰어내린 뒤 자세를 잡은 건 팬이 아니라 냉가스 추진기(노즐 10개, 추력 80kN 이상)의 몫이었습니다. 즉 시연은 팬과 추진기의 합작이고, 팬 단독으로 어디까지 되는지는 아직 분리해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공도용 차에 팬을 달면 생기는 문제들
레이스 규정이 팬카를 금지한 이유 중 하나는 성능이 아니라 뒤차였습니다. 바닥에서 빨아낸 공기는 돌과 모래, 물을 함께 뒤로 뿜어냅니다. 브라밤 BT46B 뒤를 달리던 드라이버들이 항의한 게 그것입니다. 공도에서는 이게 뒤차 앞유리로 날아가는 자갈이 됩니다. 테슬라가 디퓨저 내부에 덕트를 두는 설계를 택한 건 이 문제를 줄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실제 공도 인증에서 어떻게 평가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두 번째는 노면 조건입니다. 팬 다운포스는 차 바닥과 노면 사이가 밀폐될수록 강해집니다. 레이스카는 스커트를 달아 틈을 막지만, 과속방지턱과 주차장 경사로를 넘어야 하는 공도 차량은 그럴 수 없습니다. 틈이 벌어지면 효과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세 번째는 소음과 전력입니다. 팬을 돌리는 전력은 주행거리에서 빠져나갑니다. "300마일 이상"이라는 주행거리가 팬을 쓰지 않을 때 기준이라면, 실제 스포츠 주행에서는 상당히 짧아질 겁니다.
그래서 과장인가, 혁신인가
항목을 나눠서 보면 답이 갈립니다. 벽 주행과 점프 시연, 0.81초 가속은 실제 영상과 실측이 있으니 "혁신"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다만 가속은 추진기가 작동할 때의 숫자이고, 추진기 없는 Performance 트림은 1.6초 미만입니다. 덕티드 팬 기술 자체는 1970년대 것이라 "발명"은 아니지만, 공도용 양산차에 넣겠다는 건 처음입니다. 반대로 다운포스와 전력 수치가 없으니 성능 검증은 불가능하고, 공중제비까지 가능한 Rocket 트림은 공도 주행이 불법이며, 양산은 2028년입니다. 2017년에 "2020년 출시"라고 했던 회사의 2028년입니다.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시연은 진짜고, 기술도 진짜지만, "공도에서 살 수 있는 차"가 벽을 탈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차는 2028년에, 팬이 어느 정도까지 작동하는 상태로, 어느 나라에서 인증을 받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다음에 공개해야 할 숫자는 0-60mph가 아니라 다운포스(kg)와 팬 전력(kW)입니다. 그게 나오면 과장인지 혁신인지 비로소 계산이 됩니다.
참고: 테슬라 로드스터 공개 행사(2026.10.15, 스페이스X 맥그리거) 관련 더구루·뉴스핌·글로벌이코노믹 보도, Notebookcheck의 냉가스 추진기 분석, McMurtry Spéirling 굿우드 기록(2022) 공개 자료, Chaparral 2J·Brabham BT46B 레이스 기록. 차량 중량과 다운포스 추정치는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필자의 계산이며 테슬라 공식 수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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